인류의 가장 오래된 건축 및 가구 소재인 나무. 고유의 따뜻한 물성과 자연스러운 나뭇결은 오랜 시간 사랑받아 왔지만, 디자이너들에게는 늘 풀기 어려운 숙제이기도 했다. 자연이 만든 패턴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으며, 원하는 색채를 얻기 위해 표면을 칠하면 나무 본연의 아름다운 질감이 덮여버리기 때문이다.
‘나무의 질감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인간의 상상력을 완벽하게 제어하여 새겨 넣을 수는 없을까.’
현대 가구 디자인의 역사를 바꾼 이 대담한 질문에 완벽한 해답을 제시한 곳이 있다. 1919년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 모딜리아나(Modigliana)에서 출발한 하이엔드 표면재 브랜드, ALPI(알피)다.


1919년, 자연을 뛰어넘은 ‘재조합 무늬목’의 탄생
피에트로 알피(Pietro Alpi)가 설립한 작은 목재소는 1950년대에 이르러 세계 최초로 ‘재조합 무늬목(Reconstituted Wood Veneer)’이라는 혁신적인 공법을 상용화하며 글로벌 디자인 씬의 판도를 바꿨다.
ALPI 무늬목의 제작 과정은 한 편의 정교한 연금술을 연상시킨다. 이들은 숲에서 얻은 아유스(Ayous)나 포플러 나무를 거대한 롤러로 얇게 벗겨낸다. 이렇게 얻어낸 수백만 장의 얇은 나뭇잎 같은 단판들은 친환경 수성 염료가 담긴 탱크에 담겨 속까지 완벽하게 물든다.
이후가 진짜 마법이다. 각기 다른 색으로 염색된 수백 장의 얇은 단판들을 디자이너가 의도한 패턴에 맞춰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거대한 프레스기로 압축하여 다시 하나의 거대한 통나무(Log) 형태로 만들어낸다. 이 새로운 통나무를 다시 얇게 슬라이스하면, 마침내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던 정교한 기하학적 패턴과 다채로운 색채를 품은 무늬목이 탄생한다. 나무를 세포 단위로 해체한 뒤 인간의 미학으로 다시 직조해 내는 셈이다.
피에로 리소니와 거장들, 나무를 캔버스로 삼다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이 새로운 소재의 등장에 전 세계의 건축가와 산업 디자이너들은 열광했다. 특히 2015년,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피에로 리소니(Piero Lissoni)가 ALPI의 아트 디렉터로 취임하면서 ALPI는 단순한 프리미엄 자재를 넘어 하나의 ‘예술적 매체(Art Medium)’로 격상되었다.
가구가 공간의 오브제가 되기 위해서는 형태뿐만 아니라 표면 자체가 마스터피스여야 한다는 철학 아래, 오스토는 ALPI 컬렉션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거장들의 패턴을 엄선하여 가구에 적용하고 있다.
1.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Pointillisme (점묘법)’
포스트모더니즘을 이끈 알렉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의 점묘법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ALPI 무늬목 위에 무수히 많은 색의 점들을 병치시켜 리드미컬하고 생동감 넘치는 패턴을 완성했다. 이 무늬목이 적용된 오스토의 가구는 공간에 밝고 전위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2. 프론트 디자인의 ‘Illusion (착시)’
혁신적인 시각 디자인을 선보이는 스웨덴의 프론트(Front) 그룹은 나무라는 2차원의 평면 위에 격자무늬와 음영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넣었다. 그 결과, 평평한 나무 표면이 마치 볼륨감 있는 입체적인 텍스타일이나 얽혀있는 직물처럼 보이는 경이로운 착시 현상을 만들어냈다. 손끝으로 만져보기 전까지는 그 평면성을 믿기 힘든 지적인 디자인이다.


3. 감프라테시의 ‘Rain & Cloudy’
덴마크 특유의 미니멀리즘에 이탈리아의 우아함을 결합하는 듀오 디자이너 감프라테시(GamFratesi). 이들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궤적이나 구름의 흐름 같은 자연의 비정형적인 아름다움을 모티브로 삼았다. 고도로 정제된 선과 색채로 완성된 이 패턴은 가구가 놓인 공간에 시적이고 고요한 무드를 더해준다.


극도의 정교함을 요하는 세공, 오스토가 완성하는 하이엔드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설계하고 이탈리아의 공방에서 빚어낸 이 진귀한 무늬목을 실제 가구에 입히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다. 특히 수십 번의 레이어가 겹쳐진 재조합 무늬목은 일반 마감재보다 텐션이 강하고 다루기가 까다롭다.
오스토의 장인들은 가구 특유의 입체적인 볼륨과 부드러운 곡면 위에 이 복잡한 패턴을 왜곡 없이 밀착시키는 고도의 세공 기술을 발휘한다. 디자인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모서리와 이음새에서 무늬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수작업으로 단차를 맞춰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창작이다.






시각을 넘어 촉각으로 경험하는 디자인의 역사
80년대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의 멤피스 그룹부터 현대의 미니멀리즘까지, ALPI 무늬목의 역사 속에는 현대 디자인의 거대한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스토는 이 방대한 디자인의 유산을 가구라는 실용적인 오브제에 담아 일상으로 끌어들인다. 평면적인 모방에 그치는 인쇄 시트지나 평범한 원목에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시각적 쾌감. 오직 나무를 해체하고 다시 직조해 낸 ALPI 소재만이 줄 수 있는 그 깊이 있는 텍스처를 지금 오스토의 컬렉션을 통해 직접 경험해 보길 바란다.


